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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ssay

굽은 판자

2023-01-05

굽은 판자

기댄다는 것은 자신의 중심을 그 밖에 두는 것이다. 굽어진 판자처럼 제 중심이 그 밖에 있는 것들은 홀로 서있지를 못한다. 자신을 심연의 밑으로 끌어 내리려는 중력의 힘을 버티기 위해선 그 외부의 중심을 받쳐줄 또다른 외부가 필요한 법이다.

쓰러지고 쓰러지는 대상들은 그 나름의 진자운동을 반복하다가 같은 처지의 외부를 만난다. 중심이 밖에 있는 굽어진 것들은 각자의 무너지려는 힘이 서로의 버텨내는 힘이 되어 그렇게 그 모양을 유지한다. 기대는 것. 그것이 곧 기대어 지는 것이 되어 서로는 서로에게 대칭이 된다.

이 평형은 안정적인 평형점이 아니다. 미시적인 불미의 사건이 그 아슬한 평형점을 뒤엉키게 하는 순간 서로의 각자는 철저히 무너지려는 힘에 굴복하고 만다.

불안정한 평형과 붕괴. 일련의 방정식으로 서술될 수 있는 과정들에 나는 환멸 아니면 두려움을 느꼈다. 무가치하고 무분별한 붕괴와 의지. 세상의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그 반복의 흐름을 거스르고 싶었다. 내 외부로 뱉어져있던 중심을 다시 삼키기로 결심한 것은 오랜 생각이었다.

다시 삼키기. 나는 내 중심을 다시 안으로 삼키려고 했다. 나를 끌어 내리는 중력이 되리어 나를 받쳐 세우는 구조를 상상했다. 나의 고독이 나의 힘이 되는 세상. 더이상 외부는 나를 뒤흔드는 힘을 가지지 못했다. 더 단단해졌다.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세상이 나를 옥죄어오지 못하도록 그 두터움을 늘여갔다. 이제 무엇도 나를 뚫지 못한다.

그러나 이 단단해진 껍질을 나조차 깨지 못하는 지경이 된것이다. 더이상 나는 나를 무너트리려는 힘에 나를 몸던져 맡기지 못한다. 굽어진 판자들이 나를 세우면 그들과 나 역시 붙어있지만 이건 더이상 각자가 서로의 버텨냄이 되는 것이 아니다. 나는 여전히 홀로 버텨 세울 뿐이다.

아. 어쩌면 사람이란게 조금 굽어져 있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구나. 단단함이 언젠가는 그 자신을 숨못쉬게 가두는 감옥이 될지도 모르겠구나. 하지만 어떻게. 나는 다시 어떻게 무너질 수 있을까.

나는 오늘 다시 무너지는 법에 대해 고민한다.